{"msg":"success","board_seq":919,"reg_date":"2018.08.17","preBoardInfo":{"board_seq":900,"title":"Hawaii Pacific University 간호학과 국외 전공연수 후기"},"title":"일본 규슈 의과대학 해부학실습 수기","youtube_url":"","attachFiles":[{"path":"/inje_res/upload/hotnews/919/20180817133205489.jpg","note":"thumbnail","ori_file_name":"01_T_20180817-0.jpg","attach_file_seq":1505,"file_size":"304.00 KB"}],"content":"
\n\n일본 의과대학 친구들과 함께 PBL 조별 활동을 하면서 우리와 배우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일본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의학공부를 할까?’ 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때마침 큐슈 의대로 해부실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였고, 운이 좋게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나였기 때문에 가기 전에 며칠 동안만이라도 일본어를 공부해서 자기소개는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의외로 영어로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일본 친구들이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손, 발, 표정으로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지만 이참에 일본어도 배워보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해부 실습에 가기 전에 일본 친구들에게 전해줄 선물도 같이 준비하고, 일본 해부 실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작년 재작년 선배님들의 체험기도 읽어 보았다. 또한, 최근에 후쿠오카 근처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있어서 해부를 마치고 가볼 맛집이나 주변 여행지도 찾아두었다. 이렇게 조사를 하면서 나는 이번 체험기가 단순 여행이 되지 않도록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고 느끼고 올지 다시한번 정리해보았다.
이런 거창한 준비와는 달리,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석대현 교수님, 최석진 교수님, 김영석 교수님께 간단한 일정을 소개받고 학교 소개를 받은 후 해부실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본 해부 실습은 우리 학교와는 정말 다르게 진행되었다. 우선, 한 조에는 4~5명의 조원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2인 1조로 나뉘어 상지 팀, 하지 팀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도움을 요청하면 교수님께서 도와주기도 하셨는데 그때도 해당되는 2명만 설명을 듣고 실습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또한, 각 조별로 나가는 진도도 꽤 많이 달랐다. 예를 들면, 상지 팀에서 빠른 조는 귀 내부구조를 다 보고 유스타키오관까지 보았는데 느린 조는 귀 skinning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상지 팀은 그 파트만 실습하고 하지 내용은 다른 조의 하지 팀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또한, 진도도 해부실을 비교적 자유롭게 개방을 해두는 편이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오늘 할 부분을 점검하여 맞추는 것이었다. 어느 것이 좋다고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큐슈 의대는 해부학을 임상으로 가는 발판으로 보기 보다는 해부학 그 자체를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한 듯 했다. 나의 추측으로는 우리 학교는 내과학을 배울 때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해부학, 생리학, 조직학을 함께 공부하며 혈관과 신경에 집중하며 그 기능을 중시하며 공부를 한다. 하지만 큐슈 의대는 모든 뼈 구조, 근육, 신경, 혈관을 다 보는 것을 중요시하여 그 구조물을 보았다면 잘라내고 심지어 skull도 sagittal 방향으로 절단하여 보았다.
사용하는 용어나 교재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 의학 용어를 아예 모르고 일본어로 된 의학용어만 외우고 있는 것이었다. 교재도 주로 일본어로 상세하게 설명된 것을 사용하고 atlas는 말 그대로 참고용이었다. 영어 용어, 순우리말 용어 간혹 한자 용어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다소 황당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의학 용어 자체가 이전부터 잘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괜히 한 대학에 기초 의과대학 건물이 2~3개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해부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해부할 때 못 봤던 부분을 보고 복습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 해부한 것을 설명해주는 날이 있었는데 그 때 여유가 있어 미리 실습해둔 심장, 콩팥, 뇌 부분을 따로 설명들을 수 있었다. 또한, 상지 파트에서는 우리가 해부하지 않는 nasal cavity, 귀 내부 구조 부분도 공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부분은 공부를 하면서도 ‘이게 과연 학생수준인가?’ 싶기는 했지만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이제 무거운 얘기에서 조금 벗어나서 만났던 친구들, 일본 문화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정말 좋은 조에 배정되었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 팀에 영어를 잘 하고 영어 의학 용어를 공부하는 ‘노무’라는 친구가 있어서 쉽게 의사소통하면서 해부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점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는 나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는 개인에게 배정된 해부도가 있을 정도로 개인주의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도 내가 해부도를 안 가져왔을 때 자기 해부도를 빌려주던 ‘레이’, 영어를 못하지만 atlas책을 일일이 가리켜가며 설명해주던 ‘무츠’와 ‘료’, 모두 하나같이 친절했다. 하지만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이렇게 친절한 친구들로만 이루어진 조에서 화기애애한 느낌은 없었다. 사이가 안 좋았다기보다는 1대1로는 다들 친해보였는데 뭔가 4명 다 같이 친하다거나 한 팀이라는 소속감은 없는 것이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은 식당, 온천에 가서도 나타났다. 일본 식당은 조리하는 쪽을 바라보고 1자로 앉는 구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혼밥하는 문화’와 비싼 땅값을 반영한 최적의 구조로 되어있던 것이다. 온천에서는 보통 한국이라면 친구들끼리 혹은 부자간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대부분 혼자 오고 대신에 온천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고요한 느낌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목욕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점이 어색하게도 느껴졌다. 이렇게 겉보기에는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사람들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은 우리나라와 판이하다는 것을 느꼈다.
음식은 큐슈 의대 학식부터 해서 돈코츠 라멘, 모츠 나베, 스시, 야끼니꾸, 오키나와식 정식 등 정말 다양하게 먹어보았다. 나는 ‘초딩 입맛’이어서 음식을 먹으면서 느낀 점은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간단히 요약해보고자 한다.
일단 확실히 일본 친구들이 추천해준 맛집과 구글링으로 찾은 맛집은 달랐다. 돼지국밥에 비유를 하자면 일본인이 추천해준 맛집은 전통시장에 있는 국물 진한 돼지국밥이었다면 우리가 찾은 맛집은 ‘밀*돼지국밥’ 느낌으로 평균 이상이지만 약간은 인공적인 느낌은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일본 친구들이 추천해준 곳이 색다르긴 했지만 입맛에 쏙 맞지는 않았다.
유명한 메뉴들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들어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남부지방이다 보니 부산처럼 간이 조금 강한 편이었고 1인분 양은 남자가 배 채우기에는 모자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모츠나베와 오키나와 음식은 좀 특이했다. ‘모츠나베’는 곱창전골과 비슷한데 국물이 많고 달고 구수한 점이 우리나라와 달랐다. 오키나와 음식은 정말 에피타이져부터 메인요리까지 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첫 에피타이져로는 ‘우미부도’라고 마치 장식품처럼 생긴 해초류가 나왔는데 톡톡 터지는 고무 씹는 맛이 났다. 맛은 찍어먹은 초간장 향만 났던 것 같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찬푸르’라는 음식이었는데 맛은 당면 없는 잡채 맛이 났는데 흐물흐물한 돼지고기 식감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 고로케나 각종 고기들도 같은 재료를 썼는데도 전혀 다른 맛이 났다. 음료수도 오키나와에서 나는 과일인 ‘시콰사’를 먹어보았는데 레몬과 자몽사이의 매우 신 맛이 났다. 이런 음식들은 정말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음식이고 먹는 것에 조예가 깊은 친구들이 있다면 기꺼이 추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의 맛 집은 따로 있다. 바로 모토무라 규카츠, 이치란 라멘, 텐진 호르몬 이 3가지이다. 우선, 규카츠는 이 가게에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그 식감은 마치 내 치아가 규카츠라는 고기 침대에 폭신하게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여기는 유일하게 두 번 간 식당이기도 하다. 이치란 라멘은 국물을 들이켰을 때 한국의 국밥과 라면이 일본에서 협정을 맺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도 너무 맛있어서 유일하게 내가 포장 판매하는 것을 사간 곳이기도 하다. 텐진 호르몬은 스테이크 하위호환 느낌이었다. 고기는 좋아하지만 스테이크처럼 너무 고급진 맛은 부담스러워하는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하카타 호텔을 나와서 쌀쌀한 후쿠오카를 뒤로 하고 추운 부산으로 돌아왔다. 11일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단순히 해부하는 것 한 번 다시 보고 일본 음식 먹고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 글에 다 남기지는 않았지만 일본이 어떻게 의학을 배우고 있고 어떤 점에서 우리와 다른지 보면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하게 될지 생각해보려 노력했다. 그런 측면에서 해부 말고도 다른 수업, 동아리 활동 등 학교 활동을 좀 더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나와 보는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일본이라는 문화, 더 자세히 일본이라는 사회 분위기, 사람들의 특성, 앞으로의 변화를 읽고자 노력했다. 일본은 정말 겉모습은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 없지만 사회 구석구석에 짜인 틀이나 기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철저한 측면이 많았고, 사람들의 성격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느끼고 깨달은 부분이 잘못된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에게 이번 경험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고 또 앞으로 더 귀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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